부동산 계약 일방적 해제에 따른 피해와 해약금

집값 급등기 일방적 해약 피해 많아

최근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매도인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일이 많습니다. 위약금보다 가격 상승폭이 더 크기 때문인데, 매수인으로서는 난감한 일이지만 불법이 아닙니다.

민법 제565조 제1항은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례 1] 지난해 9월 7억원에 아파트를 계약하고 올해 2월 이사를 준비하던 A씨는 갑자기 집을 팔지 않겠다는 집주인의 연락을 받고 눈 앞이 깜깜해졌다. 이미 계약금 7000만원까지 보낸 후였지만 집 주인은 해약금으로 계약금의 2배인 1억4000만원을 주겠다며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알고보니 7억원이던 시세가 개발 호재 때문에 8억5000만원 이상으로 갑자기 뛰면서 집주인이 마음을 바꾼 것이었다. 집주인 입장에선 해약금을 물어줘도 더 비싼 값에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게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전세 계약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A씨는 급히 다른 집을 알아보고 있지만, 그 사이 집값은 올라 다시 전세를 얻어야 할 처지가 됐다.

계약금 증액, 중도금 조기 지급으로 대응

불법이 아니니 이런 계약 해제를 막을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계약금을 15~20%까지 걸어 해약금을 높이고, 중도금 지급 일시를 짧게 잡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시합니다.

계약금은 보통 매매가의 10%이지만, 관행일 뿐 법적인 것은 아니므로 계약으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도금을 지급하게 되면 매수인의 입지가 강화되어 함부로 해제할 수 없습니다.

중도금의 법적 성격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는데, 중도금을 지급한 후엔 계약 해제가 어렵다는 것은 다들 알지만, 법리는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중도금을 지급하면 소유권이 부분적으로 생기거나 공동소유가 되는 걸로 아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의 소유권은 이전등기 완료시에 이전되는 것이지(민법 제186조), 중도금을 줬다고 해서 소유권이 조금이라도 생기는 게 아닙니다.
중도금의 법적 성격은 민법 제565조 제1항의 이행 착수에 해당(대판 2011.1.20, 2008도10479 외 다수의 판례) 하여 해약금만으로는 해제할 수 없는 것입니다.

계약금만 주고 받은 상황에서 해제시엔, 계약금을 떼이거나 2배로 물어주는 것으로 끝나고 별도의 손해배상책임은 생기지 않습니다(민법 제565조 제2항).
그러나 중도금 지급 이후에 해제시엔 손해배상책임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민법 제551조). 게다가 현재 대법원이 인정하지는 않고 있지만, 형사상 배임죄 논란이 법조계 내에서도 있을 만큼 심각한 문제입니다.

계약의 해제와 해지

또한 민법상 해제(제548조)와 해지(제550조)는 전혀 다릅니다.
해제는 계약을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만드는 것으로, 원상회복의 의무가 따릅니다. 사례 1 같은 경우지요.
해지는 유효한 계약을 지금부터 끝내는 겁니다. 적금 해약, 렌탈계약 해약 등이 예입니다.

이런 용어는 경제지 기사에서도 혼동하는 것을 가끔 보는데, 법적 분쟁 발생시 많은 차이를 가져옵니다. 물론 법원이 당사자의 표현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최대한 당사자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여 판단합니다. 그래도 제대로 알아두는 것이 말썽의 소지를 줄이는 길이겠죠.

해약금의 기준은 약정 계약금

매도인이 해약금을 줄이기 위해 계약금을 일부만 받고 나머지 계약금을 받기 전에 계약을 해제하는 꼼수를 부리는 경우도 있나 봅니다.
그러나 해약금은 실제 받은 액수가 아니라 애초에 계약에서 정한 금액(약정 계약금)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

[사례 2]
A씨는 11억원에 아파트를 사면서 계약금 1억1000만원 중 1000만원은 계약한 날 주고, 나머지 1억원은 다음 날 은행계좌로 보내주기로 했다. 그런데 집주인 B씨는 다음날 부동산에 계약해제를 통보하고 계좌를 해지했다. B씨는 받은 돈의 2배인 200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A씨는 계약금은 1억1000만원이니 2000만원 반환으로는 B가 임의로 계약 해제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B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자신이 계약을 해제한 다음, 1000만원 반환과 손해배상 예정액(계약금)인 1억1000만원을 더해 1억2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다음과 같습니다(대판 2015.4.23, 2014다231378).

"매도인이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의 배액만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이는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하게 될 뿐 아니라, 교부받은 금원이 소액일 경우에는 사실상 계약을 자유로이 해제할 수 있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기 때문에,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수령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매도인이 계약금의 일부로서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는 것으로는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매매계약에서 계약금계약은 통상적으로 매매계약의 일방당사자가 민법 제565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그 매매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해제권유보약정에 해당하는 반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그 채무를 불이행할 경우를 대비하여 손해의 발생 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증명의 곤란을 덜고 분쟁의 발생을 미리 방지하고자 손해배상액을 미리 약정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계약금계약과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그 법률적 성격이 다르고, 따라서 계약당사자가 손해배상액을 계약금 상당액으로 예정한 경우에 계약금계약이 불성립하였다고 하여 당연히 손해배상액의 예정까지 불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이로써 B가 A에게 총 87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이 확정됐습니다.
1000만원은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입니다.
7700만원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예정액 즉 위약금 1억1000만원을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법원이 70%로 감액한 금액입니다.

참고 자료

  1. "계약금도 줬는데…" 집값 오르니 계약 깨자고?
  2.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다231378 판결
  3. [2011.1.20. 전원합의체 판결]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 매매목적물인 동산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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